전문가가 본 제철소 조업중단 조치 “고로 브리더 오염배출 비중, 전체 0.1%도 안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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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내부물질 밑에 가라앉아있고 밸브도 두달에 한번 1시간씩 열어
주변 대기에 영향 미치기 힘들어… 과학적 자문 없이 치명조치 우려”
철강업계 공정별로 정화설비 갖춰… 2021년까지 1조5000억 투자 계획


“전문성 있는 학계의 평가도 없이 내려진 이번 조업정지 사태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 될 수 있다. 고로 브리더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거의 제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도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고 전남도와 경북도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를 사전 통지하면서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엉뚱한 문제 제기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이 고로에 달린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를 문제 삼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고로 브리더의 배출가스는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5일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고로 브리더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에 대해 “브리더에서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될 것으로 보기 힘들뿐더러 제철소 전체의 오염물질을 기준으로 보면 0.1%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로(용광로) 연구 전문가로 일본철강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부편집인이기도 한 이 교수는 △고로 자체의 용적이 크지 않고 △브리더를 여는 휴풍기에는 고로 내부 물질 대부분이 밑에 가라앉아 있으며 △고압 수증기가 고로 상단으로 주입돼 브리더를 통해 하단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을 들어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환경당국이 가진 역량 안에서 고민을 했겠지만 과학적인 자문 없이 철강업계에 치명적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금속재료학회장을 지낸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제철소 전체에서 ‘고로 브리더’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비중은 말 그대로 ‘제로’라고 본다”고 했다.

제철소에서 1년 내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조업들과 달리 두 달에 한 번 휴풍기에 1시간가량씩 브리더를 열 때 배출되는 가스에 일부 대기오염 물질이 포함돼도 주변의 대기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는 “조업정지는 빵을 훔쳤다고 10여 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장발장’이 생각나게 할 정도의 지나친 처분”이라며 “환경에 대한 영향이란 측면에서 제철소의 브리더 개방은 ‘장발장이 빵을 훔쳤다’고조차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12기의 고로가 자리 잡고 있는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이 쇳물을 순차적으로 가공해 다양한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배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철강사들은 이미 공정별로 정화설비를 갖추고 곳곳에 ‘원격감시장치(TMS)’를 설치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고로 브리더는 그동안 심각한 오염원으로 판단하지 않아 어떤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드론을 이용해 전남 광양제철소 3고로의 브리더 개방 상황을 조사한 가운데 철강업계 내부적으로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회 철의 날’ 기념식이 열린 4일 최정우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 개선 요구가 높아졌다. 철강업계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적극 동참해 2021년까지 대기방지 시설에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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